가곡이란 ‘시와 음악이 결합된 음악형식’을 가리킨다. 노래는 가사 없이 악기로 연주하는 음악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기악곡은 어떤 분위기나 정서를 전달할 수 있지만, 그 정서의 구체적인 내용을 규정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가사가 붙어 있는 노래는 언어의 힘을 빌어 인간의 특정한 감정을 정확하게 전달한다.
이미 중세부터 음유시인(트루바두르)들은 유럽의 궁정을 돌아다니며 전쟁 영웅담과 사랑의 노래를 불렀다. 민요풍으로 불리던 이런 노래들은 시대가 발전해가면서 차츰 정제된 예술적 가곡으로 변모하게 된다. 독일어로는 이런 가곡을 ‘리트(Lied)’라고 부르는데, 이 단어는 원래 폭넓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리트는 흔히 민중가곡(또는 민요. Volkslied)과 예술가곡(Kunstlied)으로 나뉜다.
민중가곡은 작사가나 작곡가의 이름을 분명히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예술가곡은 그것을 만든 시인과 작곡가의 이름이 대개 알려져 있고, 민요에 비해 예술적 수준이 높기 때문에 따라 부르기가 쉽지 않다.
건반악기의 단순한 화성적 반주로 불리는 리트의 원형은 이미 17-18세기에 갖추어졌다.
6백여 곡의 독일 가곡을 작곡한 슈베르트는 고전주의에서 낭만주의로 다리를 놓으며 예술가곡의 새로운 차원을 열었다. 이성을 앞세워 음악보다 텍스트를 더 신성시했던 고전주의 작곡가들과는 달리, 슈베르트는 처음으로 가곡에서 시와 음악의 비중을 동일하게 만들었다. ‘시의 정서를 전달하기 위한 음악’이 아니라 음악과 시가 상호적으로 교감을 주고받거나 또는 이 두 가지를 의도적으로 어긋나게 했던 것이다.
이제 피아노는 노래하는 목소리를 뒷받침하는 ‘반주악기’가 아니라 성악가와 똑같은 비중을 갖는 ‘연주악기’로 승격한다. 때로 슈베르트는 성악가가 노래하는 멜로디를 피아노가 이어받아 연주하게 만들었다. 인성(人聲)이 레치타티보를 부르고 피아노가 아리아를 노래하는 셈이니, 피아노가 성악가보다 가끔은 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슈만은 슈베르트의 이러한 시도를 계승하여 독일 낭만주의 가곡을 더욱 화려하게 발전시켰다. 슈베르트와 슈만이 이처럼 풍성한 가곡의 열매를 거둔 것은 물론 하이네, 울란트, 아이헨도르프 등 수많은 독일 낭만주의 시인들의 토대 위에서였다.